2009년 8월 15일 토요일

{interview} chon kyungbin 1st 인터뷰

{interview} chon kyungbin 1st 인터뷰

 

날개를 달았다는 핏(fit)의 천재

무심하게 바라보지도, 방심하지도 못하는 나이다. 스물넷. 착 들어가 안기는 남성 재킷의 다다이즘이라는 뿌리를 키워냈고, 천편일률적 채널들이 그의 눈 안에서 방영된다. 혹시 들어보았을지 모르는 ‘핏보우(fitbow)전경빈’이라는 이 젊은 디자이너의 스토리 텔링을 지금부터 시작한다.

슈트뿐 아니다. 심지어 와이셔츠 한 장도 맞춰 입어야 직성이 풀리는 남자들을 주변에서 많이 본다. 그동안 기성복에 딱 붙여 놓았던 한쪽 발마저 맞춤식 디자인의 패턴으로 들여놓은 셈이다. 또한 이들은 국내 남성복 전문 디자이너의 이름을 술술 외우며, 핏(fit)대해 논의하기도 하는데, 이 남자들의 수다에 언뜻 들은 이름이 핏보우라는 브랜드, 디자이너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전혀 없는 듯 보였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영 디자이너 자켓인데, 기성복인데도 맞춰 입은 듯한 디자인이 딱 마음에 든다는 의견이 남성편력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 인터넷 항해는 이 디자이너 이름 석자 정도를 쉽게 제공했다. 그리고 그의 재킷을 입고 싶다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병풍처럼 늘어진 싸이트를 몇 군데 발견할 수 있었다.
전경빈. 1982년생.패션을 배우기 위해 학교라는 막힌 장소보다 살아있는 세상이 더 필요했던 이례적인 시작. 전경빈은 여타의 예술 행위가 그렇듯 어떤 사조에서 어떤 영감을 끌어냈는지에 대한 명분의 탑을 쌓아내고 있었다. 그 어떤 패션디자이너들이 운운하는 스타일에 대한 코멘트는 전경빈에게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제 눈에는 보여요. 의상디자인에 나타나는 천편일률적인 모방들이. 유쾌하지 않았어요. 일단 이 상황들을 거부했고, 내 의견과 소견들을 솔직하게 인정했고, 그 다음으로 집단을 이끌어갈 방법을 찾았어요.”전경빈은 이렇게 말했다. 성남, 독서실 책상에 앉아 디자이너들이 일에 집중하고, 태백에서 왔다는 일등 해커가 코너에 앉아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있던 그의 스튜디오에서 “에픽 하이 아시죠. 힙합 듀오요. 에픽하이의 모태가 케이 라이더스(knight ryders)라는 그룹이었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이 그룹에 합류해 공연도 했고, 앨범도 냈어요. 집안 사정으로 팀활동을 그만두었고 그때부터 전 계원예고 독서실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서양미술사부터 갖가지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인가, 오트 쿠튀르 화보집을 보게 되었는데 그때 옷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어떤 형태로든 전경빈은 세상과 대화를 시도하려 했던 거다. 가사를 쓰고 앨범을 만드는 일도 좋았지만, ‘좋아하는 것’은 모호한 형태 뿐이었고, 진짜 해내고 싶었던 것은 다다이즘처럼 확장된 채널의 소유였다. 혼자 패턴과 가봉, 컬러, 소재에 대한 공부에 몰입하고 있을 무렵, 진짜 옷을 만들어볼 기회가 찾아왔다. 아는 지인으로부터 결혼식에 입을 칵테일 드레스를 주문 받았던 것, 그때 우아한 실루엣의 드레스는 전경빈의 퍼스트라인 작품 1호였다고 볼 수 있다. 옷을 만들기 위해 어느 정도 돈이 필요했고,  그 칵테일 드레스를 눈여겨보았던 주변인들을 통해 여성라인을 몇 벌 더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닥치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무언가를 만들어 봐야 했다. 한번은 맘에 드는 벨트를 찾을 수가 없어 비닐장판을 잘라 벨트 디자인을 해본 일도 있다. 인터넷에 내놓았더니 금새 품절 사태가 나고 말았다. 모든 일이 순순한 세상도 아니지만, 해보니 안 될 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퍼스트 라인의 대중화를 위해 기성복 라인, 핏보우를 론칭하며 본격적인 세상과의 교류의 날개를 달았다. 때로는 소리 없는 외침(silence movement)의 방편으로 의상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사상가로서의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고, ‘no copy, no fame, no money’를 외치며 그를 주목하는 이들을 위해 컬렉션 발표 때마다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설치미술의 다다이즘을 명백하게 이어가고 있는 권세진을 비롯해 언더그라운드 페인터 서영지 등 각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오리지널 팬시(unkown movement)라는 아트웍 그룹을 결성, 물질적이거나 환경적인 제약으로 재능을 자유롭게 펼치지 못하는 예술인들에게 채널을 제공하기도 한다. “예술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경빈은 자신의 이야기 서술 방식에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을 비롯해 시인, 천연 염색가, 해커, 연극인, 사진가, 음악 프로듀서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을 참여시킨 가운데 미술계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핏보우는 2006년 상반기, 개명을 준비하고 있다. ‘오드로스 노스뜨로스(otros nosotros:다른사람들과 우리들)바이 전경빈’이라는 스페인어의 브랜드. 오드로스 노스뜨로스 . 어려운 말이지만, 늘 우리 곁에 있어왔던 단어들의 조합이다. 전경빈이라는 디자이너가 유연해 보이는 이유는 미시적이든 거시적이든, 어떤 형태의 명분과 이유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도전 정신이 빛나기 때문이다. 그는 해외 디자이너들의 스타일을 변형해 가위로 오리고, 이미지 맵을 만들어 의상의 통일성을 만들고 싶지 않다. 의상 디자이너를 꿈꾸며 커가는 아이들에게 자부심과 도덕적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한 대화를 의상으로 만들어 내고 싶다고 말한다. 스물넷. 결코, 못 본 척 지나칠 수 있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방관할 수 없는 나이다. 전경빈은 지금 스물넷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브랜드로 명품관에 옷을 팔고 대중과의 대화를 위해 늘 다른 것을 준비하는 ‘패션디자이너’ 다.


edited by helen park


"a genius for 'fit' with wings, otros nosotros by chon kyungbin"
interview 62~65p (4page)

J.J (grand hyatt v.i.p membership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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